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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볼까?

프로젝트 헤일메리 원작 소설 — 아스트로파지가 뭔지, 로키는 어떤 존재인지, 그레이스는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영화 전에 읽어야 하는 이유)

by 무비세 2026.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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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화제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깊이는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에 있습니다. 영화에서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과학적 디테일, 로키라는 외계인의 생태, 그리고 그레이스가 내린 선택의 무게까지 —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영화가 두 배로 보입니다.


아스트로파지 — 태양을 먹는 미생물

이 소설의 모든 것은 아스트로파지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관측되지 않던 적외선 흔적이 발견되고, 태양의 광도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원인은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지의 단세포 미생물.

 

이 녀석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금성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번식합니다. 태양과 금성 사이를 왕복하면서 페트로바 선이라 불리는 적외선 흔적을 남기죠. 몇 그램만으로도 우주선을 움직일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어서 '신의 선물'로 각광받지만, 동시에 태양열을 빨아먹어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 수 있는 치명적 존재입니다.

 

번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십 년 안에 지구 생명체는 멸종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데 주변의 다른 별들도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돼 어두워지는 와중에, 단 하나 — 고래자리 타우(타우 세티)만이 감염에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왜 타우 세티만 괜찮은가?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헤일메리호가 출발합니다.


그레이스 — 학계에서 왕따당한 과학 교사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의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젊은 시절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학계에서 완전히 배척당합니다. 이에 실망해 과학계 진출을 포기하고 중학교 과학 교사가 됩니다.

 

그런데 아스트로파지라는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로젝트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가 그레이스의 과거 논문을 발견합니다. 학계에서 무시당한 이론이 인류를 구할 열쇠가 된 것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 — 그레이스는 영웅이 아닙니다. 처음에 연구에 합류하지만, 헤일메리호에 탑승하는 것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편도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부하지만, 스트라트가 강제로 태웁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그레이스가 모든 기억을 되찾았을 때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함은 이 맥락에서 나옵니다.


로키 — 눈이 없고 돌로 된 껍질을 가진 291세 엔지니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는 로키입니다. 에리다누스자리 40의 에리드 행성에서 온 지적 외계인. 거미 같은 오각형 몸에 5개의 팔, 돌처럼 단단한 껍질. 눈이 없어서 음파로 세계를 인지합니다.

 

지구 시간으로 291세(에리디언 기준 30대 중반)이고, 직업은 엔지니어입니다. 23명이 함께 출발했지만 이동 중 방사능으로 22명이 죽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에리드 행성도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됐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타우 세티에 왔습니다.

 

소설의 묘미는 두 존재가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로키는 음파로 소통하고, 그레이스는 음파를 듣고 에리디언어를 익힙니다. 처음에는 분자 모형으로 의사소통하다가, 후반에는 농담까지 주고받게 됩니다. "너는 물이 줄줄 새는 슬라임 괴물이다"라고 이죽대는 로키에게 "너같이 생긴 걸 지구에서는 거미라고 부르며 매우 징그러워한다"고 받아치는 그레이스.

 

로키의 특징 중 하나 — 에리디언은 상대성이론을 모릅니다.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종족이라 광속 관련 물리학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설정 덕분에 로키의 우주선에는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아스트로파지 연료가 남아 있었고, 이것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우메바 — 아스트로파지의 천적

타우 세티에 도착한 그레이스와 로키는 그 행성의 대기에서 아스트로파지의 천적을 발견합니다. 이것을 타우메바라고 명명합니다. 제노나이트라는 에리디언의 초물질로 10km 길이의 사슬을 만들어 샘플을 채취하고, 품종개량을 통해 금성과 에리드 행성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타우메바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까지는 미션 성공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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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선택 — 이 소설의 핵심

로키와 헤어진 뒤 지구로 향하던 그레이스는 치명적 사실을 깨닫습니다. 타우메바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질소에 적응하면서 로키 우주선의 소재인 제노나이트를 통과하는 능력을 얻었다는 것. 지구에는 문제가 없지만, 로키의 우주선은 대부분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타우메바가 아스트로파지 연료를 전부 먹어치울 것입니다. 로키가 우주에서 고립된다는 뜻입니다.

 

그레이스 앞에 놓인 선택 — 지구로 돌아가 에리디언을 멸망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에리드 행성의 음식이 인간에게 독성이 있어 굶어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로키를 구하러 갈 것인가.

그레이스는 타우메바 농장과 태양을 구하는 방법이 담긴 지침을 지구로 보내는 비틀을 쏘아 올립니다. 그리고 우주선을 돌립니다.

 

16년 후, 그레이스는 아스트로파지 감염에서 벗어난 에리드 행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리디언들이 인류 지식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사용해 그레이스에게 편안한 환경과 합성 식품을 만들어줬습니다. 로키가 전해주는 소식 — 태양이 원래의 밝기를 되찾았다. 지구도 구해졌습니다.

 

그레이스는 잠시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갑니다. 어린 에리디언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러.


영화에서 빠진 것들

영화에서는 아스트로파지의 생태, 타우메바 품종개량 과정, 에리디언의 수면 습성, 제노나이트의 특성 같은 과학적 디테일이 상당히 축약됐습니다. 헤일메리호 연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벌어진 극단적 방법들도 생략됐고요. 소설에서는 로키와 헤어진 뒤 그레이스가 페트로바스코프로 매일 로키의 우주선 위치를 확인하는 장면이 감성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부분도 영화에서는 간결하게 처리됐습니다.

 

영화가 감정과 관계에 집중했다면, 소설은 과학적 문제 해결의 쾌감과 지적 즐거움까지 더해줍니다. 둘 다 좋지만, 소설을 읽으면 영화에서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 다시 보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원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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