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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볼까?

영화 피어스(Pierce) - 펜싱이 심리 스릴러의 언어가 되는 방식

by 무비세 2026.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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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이라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칼을 들고 상대를 찌르는 스포츠이지만, 그 본질은 찌르는 행위가 아닙니다. 상대의 의도를 읽고,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만 움직이는 심리전입니다. 영화 피어스(Pierce)는 이 스포츠의 철학을 그대로 영화적 언어로 가져옵니다. 2026년 5월 13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성장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피어스(Pierce)


 

 

감독 넬리시아 로우와 이 영화의 출발점

피어스를 이해하려면 감독 넬리시아 로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싱가포르 출신의 그녀는 실제로 2010 아시안게임 싱가포르 국가대표 펜싱 선수 출신입니다. 선수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 안에서 펜싱은 배경이 아닌 서사의 뼈대가 됩니다.

 

영화의 기원이 된 사건이 있습니다.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입니다. 당시 범인의 동생이 형을 끝까지 지지하는 모습을 보며 넬리시아 로우는 하나의 질문을 품게 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믿는 것인지, 아니면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인지.

 

여기에 감독 자신의 개인사가 더해집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오빠 함께 성장한 그녀는, 어린 시절 오빠를 이상화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그 관계가 자신의 내면이 만들어낸 허상임을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피어스는 그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즈지에(子滐)라는 소년이 걷는 여정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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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믿음과 의심 사이

타이베이에 사는 고등학생 즈지에는 펜싱 선수입니다. 형 즈한(子漢)은 한때 대만 펜싱 3관왕이었지만,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죽인 혐의로 7년간 소년원에서 복역했습니다. 어머니 아이링은 즈한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려 합니다. 새 남자친구에게는 큰아들이 미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다고 거짓말을 할 정도입니다.

 

즈한이 출소하자 상황이 달라집니다. 즈지에는 형이 무죄라고 굳게 믿으며 어머니 몰래 형과 재회합니다. 즈한은 동생에게 펜싱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즈지에는 빠르게 실력이 향상되어 전국선수권대회 출전권까지 따냅니다.

 

그러나 즈한이 가르쳐주는 것은 펜싱 기술만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외면하는 동생의 성 정체성을 알아채고 연애까지 코칭해줍니다. 형은 동생이 생각하는 그 누구보다 즈지에를 깊이 이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형이 보여주는 이해와 다정함이 진심인지, 아니면 동생을 이용하기 위한 전략인지 영화는 쉽게 답을 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즈지에는 점점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믿어온 형이 실제로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펜싱이라는 메타포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펜싱이라는 스포츠를 가족 드라마의 언어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즈한이 동생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펜싱은 상대에게 진짜 의도를 숨기는 스포츠야." 이 대사는 즈한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넬리시아 로우 감독은 인터뷰에서 긴장된 가족 장면을 극도로 조용하게 연출하고, 펜싱 장면은 비명과 소음으로 채웠다고 밝혔습니다. 가족 사이에서 가장 많은 것이 숨겨지고, 오히려 칼을 들었을 때 진짜가 드러난다는 역설적 구조입니다.

 

촬영은 폴란드 출신 촬영감독 미하우 디메크가 맡았으며, 1.66:1이라는 독특한 화면 비율을 사용합니다. 이 비율은 시네마스코프보다 좁고 스탠다드보다 넓은 중간 지점으로, 인물을 압박하면서도 공간감을 살리는 효과를 냅니다.

 

 

수상 이력과 평단 반응

피어스는 2024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크리스탈 글로브 경쟁 부문에서 넬리시아 로우에게 최우수감독상을 안겼습니다. 장편 데뷔작으로 이 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후 뉴욕 아시안 영화제, 2024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로마 영화제, 홍콩 아시안 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우아한 영화적 언어로 덮여 있어 기계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으며, 씨네유로파는 "영화 언어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놀라운 통제력"이라고 호평했습니다.

 

 

개봉 정보

영화 피어스는 2026년 5월 13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합니다. 싱가포르, 대만, 폴란드 공동제작 작품으로 대사는 만다린어입니다. 주연은 류슈푸(즈지에), 차오위닝(즈한), 딩닝(어머니 아이링)이 맡았으며, 두 주연 배우는 역할을 위해 9개월간 실제 펜싱 훈련을 받았습니다.

 

성장 영화와 심리 스릴러를 동시에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올봄 가장 기대할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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